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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by Mt Solitary 2020. 9. 29.

 

 



1
시간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을 석달(3,4 그리고 5월)과 겨울 석달(6,7 그리고 8월)을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정신없이 보냈다.

3월에 짐이 문을 닫았을때 다른 모든 사람들 처럼 집안에서 스트레칭과 요가를 시작했다.

4월 부터는 주말에 산을 찾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 아주 좋은 트랙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멀리 그리고 어려운 트랙에 도전하느라 자주는 안가던 곳인데 코로나로 인해 매주 두번은 꼭 가게 되었다.

그런데 느긋하게 나섰다가 좁은 산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곤란한 상황에 몇번 맞딱뜨린후 산행시간을 해뜨는 시간 즈음으로 바꿨다.
산행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마치 히말라야 베이스캠프에 온듯이 흥분해서 동네 뒷산의 풍경사진을 찍어대고(?)  길을 막고 있어서(물론 체력이 안되서 그럴수도 있다! 일부러 그러는것도 아니고!) 한정없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기가 참으로 고역이었다.

무엇보다도 산속의 평화로움과 조용함을 느낄수가 없다는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그래서 주말의 느긋한 여유를 포기하고 이른 새벽을 가벼운 산행으로 시작하기로 해서

6개월째 빼먹을수 없는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코로나바이러스 로 인해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중의 하나인듯 하다.


2
나는 산에서 온전히 우리만 있고 싶어한다.

산에선 새소리와 우리의 호홉소리 그리고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 있기를 바란다.

 

트랙의 초입부분에선 보통 시끄러운 앵무새의 일종인 cockatoo가 온 산이 떠나가라 울어대고

조금더 걸어 들어가면 내가 보통 물방울새 라고 부르는 청아한 물방울이 떨어지는듯한 소리를 내는 새들의

청량한 소리가 온아침산을 가득 채운다.

뒤뚱거리며 우리 앞에서 산길을 건너는 부시터키도 괜찮다!
게을러서(?) 날기를 포기하고 사람의 음식을 호사탐탐 노려선지 항상 몸매가 둥글둥글 날렵하지 않고 호주사는 동물들의 특징중의 하나인 사람을 무서워 않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아주 간혹 마주치는 수줍음이 많은 왈라비도 반갑다.

왈라비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우리랑 우연히 마주치면 도망가느라 바쁘다.

이 주말의 루틴이 너무 좋아 요새는 비가 엄청내리는 날도 비옷을 입고 가서 풀 냄새 비 냄새를 맡으며 걷는다.

팔월중순쯤 부턴가....아직도 기온은 낮고 추운데도
어느새 산에는 들꽃들이 이곳 저곳 피어 하얗고 노랗고 분홍 혹은 보라색으로 산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사시사철 푸른 유클립투스 나무 사이로 연두색 새 잎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 뜨는 시간도 모르는 새 성큼 성큼 한시간정도가 당겨졌다.

겨울은 추운 와중에 따듯한 보금자리와 뜨근하고 맛있는 집밥의 고마움을 일깨워 주고 봄은 이렇게 우리의 맘속에 희망을 일깨워 준다.
겨울을 지난 지금에서야 봄 기운의 따뜻함과 그속의 한가로움을 다시 또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