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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그를 못알아 봤다.
그는 서글서글한 노 소아과 의사였다.
내가 전에 일하던 건물에서 그는 드문 드문 환자를 보다가 한 4-5년 전쯤 은퇴를 했었다.
내 기억속의 그는 건강하고 즐겁게 노년을 즐기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에게 가혹했다.
그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상냥하게 잘 웃고 얘기도 잘하던 그가 무표정하고 고집센 얼굴로 바뀌어선지 아주 다른 사람같았다.
그는 이제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잊어버렸고 원래의 그가 갖고 있던 인성은 지금의 겉모습 안에 갖혀 버린듯 했다.
그의 애칭을 부르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를 보살피는 나이든 아내는 그런 그가 안타까와 어쩔줄 몰라했다.
아이같은 존재로 퇴화해 버린 남편, 그는 아내를 아는건지 본능인지 아내의 말은 따랐고 의지하는 것 같았다.
문득 때늦게 그를 기억해 낸 나는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 그가 가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 생각에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그가 그냥 모르는 낯선 사람이었다면...그 충격은 덜했을까?
가장 가까운 아내는 어떤 심정일까?
이제 그녀만이 현실속에 남아 그녀만이 기억하는 그와의 세월 그와의 추억이, 바뀌어 버린 그를 대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 아님 그 반대일까?
해답없는 허탈하고 무거운 질문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사라졌다.
인생이 참으로 허무하고 슬프게 느껴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