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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같은 고요

by Mt Solitary 2021. 9. 7.


1

오후가 되자

건물안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심지어 창밖에 차들도 좀 뜸하다.

하늘은 시리도록 파랗고 22도에 맞춰놓은 실내온도가 서늘하다.

노부부가 커피와 작은 케익을 사서 건물 한켠 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주변을 잊고 마스크는 내려놓은채 담소를 나눈다.
(카페에선 먹는것이 허용이 안되니까!)

부부가 같이 늙어가며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가는 내 맘속에 작은 잔영으로 남는다.

락다운 14주, 코로나 확진자 수는 1500명에서 왔다 갔다 하고 정점은 앞으로 이주정도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다.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럭 저럭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그때는 그것이 좋은줄도 몰랐던 NSW 안에서만 돌아다닐수 있었던 작년의 작은 여행들이 문득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2

지난주에는 나의 생일도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있었다.

결혼기념일날은 아무것도 안하긴 뭐해 작은 케잌과 와인 등으로 퇴근후 둘이서 소박하게 축하를 했다.

그날은 정말 긴 하루 였다.

요즘같은 시대엔 집은 정말 쉼터 그 이상이다.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와 세상의 모든 위험한 적들로(???) 부터 안전하게 그리고 온전히 쉴수있는 그런 공간이다.

남편과 둘이서 삼각대를 놓고 사진도 찍었다.

요즘 남편과 같이 6년이나 지난 옛 드라마 “애인 있어요” 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 드라마의 OST에 꽃히고 지진희가 연기하는 남편 케랙터에 꽃혀 나의 결혼기념일을 맞아 나는 또 많은 생각을 한다.

나약한 인간이라서 완벽할수 없는 사랑, 하지만 그럼에도 절절한 그 남자의, 그 남편의 눈빛에 그것이 드라마이고 허구임을 알면서도 가슴이 떨린다.

젊고 열정적이고 완벽한 사랑보다도 절실하고 흠결있으나 오래된 사랑이 맘에 남는다.
모든 고통과 세월을 이겨내고 모든 인간적인 고뇌와 아픔과 약함을 고스란히 나눈 무게있는 사랑이 가슴을 끈다.

나의 생일엔 하루 휴가를 내서 딸이랑 남편이랑 산에 갔다왔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산에핀 봄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서늘한 아침기온은 점점 올라가 정오가 가까운 시간엔 제법 여름기온 같았다.

오랫만에 오르막이 많은 길을 걸으니 등산다운 등산을 한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남편이 그 전날 부터 정성으로 준비한 찹쌀밥과 성게미역국 그리고 푸짐한 샐러드등으로 점심을 먹은뒤 딸이 준비한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케익도 불었다.

나에게 그 케익은 정말 너무 너무 특별하고 아름다웠다.

하루종일 딸과 남편에게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하는 말을 하면서 유치하게 생일티를 냈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