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무제

by Mt Solitary 2022. 5. 11.




창문 너머
바깥은 깊은 우수에 가득차 있다 .

하늘은 회색빛으로 낮게 내려앉았고 천천히 그리고 끝도 없이 비가 내린다. 젖은 도로위를 끝없이 차들은 달려오고 달려간다.
멀리서부터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일정한 소음이 차가 오기도 전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왔다가 멀어지고 왔다가 멀어진다.

마치 갑자기 달리는 기차를 탄듯 어지럽다…
할수만 있다면 이 기차에서 내리고 싶다.
이 기차는 춥고 음습한 겨울나라로 향하는 기차임에 틀림없다.

최근 한 드라마에서 우울증을 앓는 여자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었다.

여자는 아침이 왔는데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편의 재촉에 겨우 몸을 일으켜 출근 하는 남편 과 유치원 가는 아들을 보낸후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다 씻고 나오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가고 바깥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여자는 문앞에 서있는 남편 과 아들에게 깜짝놀라 왜 벌써 왔냐고 한다.

시간을 잃어버리고 자신을 잃은 삶속에서 힘겹게 그리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것은 정말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여자처럼 심각한 우울증 을 앓는건 아니지만 나 또한 요즘 시간속에서 길을 잃은것 처럼 크게 기쁜일도 없고 밤이 내리면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 쳐지는 날들이 많다.

코비드가 터진 이후 많은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인 것들을 대체해 오면서 이래 저래 무언가가 꽉 막힌것 처럼 답답하다.

거기에 한술 더떠 상상도 하지 못한 심각한 라니냐현상으로 지난 여름 내내 비가 아주 오랫동안 많이 내렸고 결국 제대로된 계절 감각마저 잃어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 터널의 끝은 언제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