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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ding rings

by Mt Solitary 2023. 10. 23.







모두가 잠든 밤…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잠들기엔 아쉬운 그런 순간이 있다.

마침 동생 S의 인스타 그램에 내가 남긴 좋아요에 답이 들어온다.

둘이 동시에 available 한 순간이다.

그날 나는 딸에게 나와 남편의 반지를 물려주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보던 대대로 물려 받는 유서깊고 값비싼 반지는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우리의 반지를 그애에게 물려주고 싶었고 그 소망을 이루었다.

만일 우리가 이혼을 했다거나 너무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래도 우리의 반지를 그애에게 물려주고 싶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도 나의 남편과 나 그리고 우리 부부와 딸은 건강한 성인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정립하고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좋은 관계란 모두 노력하고 애써야만 이뤄질수 있으며 간혹 기적같은 운도 한몫한다.

S의 아들이 내년 1월에 결혼을 한다.
그녀는 아들과 며느리의 결혼 반지를 해줬다고 한다.
그녀도 한국의 보통 시어머니와는 많이 다르다.

우연찮게 둘다 자식들의 결혼반지를 해주는 타이밍이 참으로 절묘했다.

엄마가 스치듯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내가 결혼을 하던 즈음이었던가…아니면 조금더 시간이 지나서였던가….엄마가 이제 너희들의 시대가 왔네 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는 그말의 깊은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그냥 넘겼는데 이젠 엄마가 왜 그런말을 했나 조금더 이해하게 된다.

인생의 후반부로 접어드는 슬픈심정반 완숙기로 접어드는 충만한 마음반?

S는 부모님과의 생활이 벌써 5개월째 접어들었다.

고생하겠다 힘들겠다 라는 말을 많이도 했고 이제는 자꾸 되풀이 하기가 어색하다.
마치 아무것도 안하면서 말로만 위로하는것 같아서이고 사실 그것이 진실이라서 그런것 같다.

그녀의 입장에선 그래도 한번씩 진심어린 수고한다 고맙다 란말을 듣고 싶을것 같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S는 아침 일찍 못일어나는 편인데 아버지 엄마랑 살면서 어떤 예외도 없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엄마를 씻겨서 시설에 보내야 하고 세끼 꼭 챙겨서 같이 먹고 두분이 이른 저녁시간에 잠이 들어야만 비로소 자기 시간이 생기는 그런 루틴을 벌써 5개월째 하고있다.

그래선지 담담한 어조로 매일 같은 루틴이 조금은 지겹다고 했다.

주말이 오면 조금 늦게 일어날수도 있고 아침에 커피를 좀더 여유있게 마실수도 있고 가장 크게는 짧게라도 여행을 가고 싶으면 훌쩍떠날수도 있던 그런 자유를 박탈당한 상실감이 아니었을까?

통화를 끝내고 자러 올라가는 나의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에 대한 상념, 이제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자식세대에 대한 생각, 그리고 부모님 세대에 대한 여러 생각들로 마음이 얼기설기 얽혀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