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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aroo Island

by Mt Solitary 2023. 12. 5.


1

4년전 캥커루 아일랜드 안의 국립공원(Flinders Chase National Park)으로 하이킹을 가려고 계획을 잡다가 결국 가지 않았던 일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그곳에 산불이 났다는 기사를 봤다.

우리는 안가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산불이 난건 참 안타까왔다.

그런데 드뎌 이번에 Suze의 생일 을 맞아 그곳에 가게 되었다.

우리모두는 캥거루 아일랜드가 속한 South Australia 주는 첨이라 새로운곳으로 간다는 흥분과 휴가에 대한 설렘이 컸다.

그리고 시드니나 시드니가 속한 New South Wales 주보다 훨씬 조용하고 한가한 곳이라 자연속에 야생동물들이 평화롭게 살고 있을것 같다는 상상을 했었다.

우리의 여행은 주로 산을 따라서 다니는 하이킹 여행이었는데 이번에는 하이킹보다는 Suze의 생일을 축하할겸 이것 저것 다양한 경험을 하는 좀더 느슨한 여행을 계획했다.

그런데 우리(나와 남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행의 요소를 간단히 꼽아보자면,

첫째, 자연속으로 갈것.

둘째, 여행의 대부분은 하이킹이나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차지할것.

셋째, 여행중엔 주로 사먹는것 보다는 해먹을것 등이다.

남편은 해돋이를 보는것을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나는 항상 해돋이도 볼겸 산책도 할겸 그를 따라나서곤 했다.

이번에도 아침 산책은 필수사항이었다.
특히 매일 산행을 하던 우리의 보통 여행보다 육체적 활동이 덜하고 관강객 같은 여행이라 더더욱 그랬다.

우리가 머물던 에어비엔비 홈에서 1킬로 정도 떨어진곳에 아름답고 조용한 Snelling Beach가 있었다.

남편과 나는 캥거루 섬에선 각자 따로 산책이나 달리기를 했는데 그는 비치를 지나 멀리 언덕위에까지 뛰어갔다오기도 하고 코알라가 사는 나무까지 뛰어가서 사진을 찍거나 콰콰투가 무리를 지어서 강가를 돌아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오는것을 영상에 담기도 했다.

달리기는 작은 시간을 투자해, 걷기보다 큰 운동효과를 낼수있는 장점이 있어서 달리기가 나의 선택사항에 있다는것이 이번에 여러모로 유용했다.

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후 운동화를 신고 비치쪽으로 뛰어가면 사람의 인적이 없이 고즈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에 5킬로 정도를 달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시작하는것은 정말 좋았다.







2

우리는 비행기로 시드니에서 아들레이드로 가서 렌트카로 페리를 타고 캥거루섬으로 갔다.

아침 9시 아들레이드행 비행기는 한시간 가량 연착되었지만 1시간 45분의 비행후 무사히 아들레이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행기 타기 전 가방이 없어지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 인생에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고 그런 일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다!!!!

Baggage 안내 데스크에서 말하길 우리 짐은 시드니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안 든 것 아니었지만, 첫째 우리 가방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알았고, 둘째 그 가방은 다음 비행기로 애들레이드 시간 2시에 공항에 도착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호주에 오래 살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좀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것 같다.

우리는 먼저 렌트카를 찾고 점심을 먹은 다음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2시에 도착할 비행기가 캔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월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사건이 다시 얽히는 순간이었다.

다시 시드니공항 baggage 담당과 수십 통의 전화 끝에(이 모든일은 Suze의 efficient 한 해결능력 덕분) 4시 30분에 도착하는 비행기에 우리 짐이 실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캥거루 섬으로 가는 페리를 3시에 예약해 뒀었는데 첨엔 6시로 그리고 다시 7시로 바꾸었어야 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애들레이드공항에서 페리 부두까지가 1시간 30분 가까이 걸리는 그리 가깝지 않은곳에 있다는것이었다.

만약에 4시 반에 도착예정이던 비행기가 다시 캔슬되거나 혹은 늦게 도착한다면 우리는 페리를 못 타게 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애들레이드에 그날 머물러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것을 인지했다.

점심을 먹은 후 보태닉가든과 동물원이 있는 곳에서 억지로시간을 보냈다.

애들레이드는 복잡한 시드니에 비해 고층건물이 많지 않고 공원이 많은 한가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였다.
다만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 꽤 거칠고 법규를 지키지 않으며 운전자 중심이라는 건 좀 의외였다.

3시 이후부터 초조하게 온라인으로 확인을 했는데 비행기가 캔슬은 안되었지만 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결국 거의 5시가 다 되어 도착한 비행기에서 기적처럼 가방을 무사히 찾아 차를 몰고 캥거루 섬으로 가는 페리로 향했고 10분 전 7시에 거대한 페리선에 무사히 승선할 수 있었다.

저녁이 내리자 기온은 뚝 떨어져서 한기가 돌았고 바다바람은 차갑고 시렸다.

45분간의 항해 끝에 마침내 우리는 대망의 캥거루섬에 도착했다.

다행히 근처에 rustic 한 매력을 뽐내는 귀엽고 앙증맞은 카페가 아직도 문을 열고있었고 그곳의 음식은 기대이상으로 맛이 있었다.

저녁을 먹은후 에어비엔비 홈으로 차를 몰았는데 곧 길은 비포장 도로로 접어들었고 수시로 캥거루나 야생동물들이 길로 뛰어드는 것을 피하면서 운전해야했다.

도로에는 달리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많은 야생동물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10시 30분경 마침내 낮은 언덕에 위치한 우리의 에어비엔비 홈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행 첫날, 하루는 정말 길고 험난했다.

샤워를 마치고 잠에 든 시간은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너무나 힘들고 긴 하루였지만 가방을 무사히 찾고 또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