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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 Mt. Twynam

by Mt Solitary 2023. 12. 30.





For Christmas break, we decided to do a multi day hike at Mt Kosciuszko near Jyndabyne for 2 nights and 3 days.

It would be a total of 4 nights and 5 days as we will stay at Air B and B’s at the first night and the last night as it takes around 5 hours from Sydney to Jyndabyne.


Day 1
12월 23일 토요일

시드니에서 진다바인 가는 길에 캔버라에서 크리스마스 축하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남편이 Akiba 라는 퓨전 일식당을 예약해 뒀다.

캔버라에서 Suze가 2년 동안 대학을 다녔기에 우리에겐 조금 남다른 추억이 깃든 도시라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우리가 등산을 가기로 한 3일동안 비가 올거라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이 있었다.
점심을 먹은후 미처 챙기지 못한 방수팩을 두어개 사고 2시간여 남은 목적지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도로양쪽으론 크고 작은 고인돌 같은 돌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미루나무가 바람에 커다란 잎을 흔들거리는 풍광좋은 시골길들을 지나갔다.

첫날 밤은 Jyndabyne 근처 Bombala 라는 작은 타운에서 머물었다.
그곳에서 머문 이유는 그곳이 platypus를 관찰할수 있는 아주 유명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플라티푸스는 생태계가 잘 보존된 깨끗한 곳에서만 살고 소음에 아주 민감하며 이른 아침이나 오후 늦은 시간에만 볼수있다고 한다.

원래는 저녁을 먹고 해가 질 무렵인 8시 가까운 시간에 플래티푸스를 보러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수퍼마켙에서 간단히 장을 본후 오후 5시경 할일도 없고 해서 모두가 가벼운 마음으로 별 기대 없이 플래티푸스가 나온다는 강으로 갔다.

조용히 숨죽이면서 강을 내려다 보고 있은지 한 15분에서 20분이 지났을까…바로 우리 눈앞에서 그렇게도 보기 힘들던 플라티푸스 한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몇년에 걸쳐…타스마니아, 퀸즐랜드 등 여러곳에서 그렇게도 보려고 애쓰던 플라티푸스씨를  드디어 영접하던 순간이었다.



Day 2
12월 24일 일요일

아침을 먹고 차를 몰아 등산 코스인 Main Range 가 시작되는 Sharlotte Pass로 갔다.

물론…가기전에 마지막으로 플래티푸스 강을 잠깐 들르는것을 잊지 않았다.
아주 잠깐 플라티푸스가 나오기 직전 보이는 기포가 형성되는 순간을 포착하고 우리 모두는 또 한번 귀하신 몸을 마지막으로 보고 가나 하고 설레였는데 아쉽게도 그 귀하신 몸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Sharlotte Pass 들어가는 길 양쪽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등산로 입구에는 Sharlotte Pass 근처만(???) 구경온 사람들이 많았고 걷는 사람들 대부분은 거기서 Blue Lake 까지 갔다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가벼운 day pack에 비해 거의 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우리의 키가 크고 거대한 overnight hiking backpack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결연한(?) 모습으로 그 높고 거대한 베낭을 매고서 강을 건너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남편의 100리터 짜리 몬스터 백팩이 가히 장관이었다.

비는 다행히 오지 않았고 낮기온은 높고 무더웠으며 잠시동안 파리떼들이 몰려오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이곳 저곳에 무성하게 피어있는 들꽃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남편은 첫날 걷는 시간을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를 예상했는데 우리는 허무하게도(?) 거의 2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해 버렸다.

호주에서 세번째로 높다는 Mt Twynam 이 첫날의 목적지 였다.

남편은 뷰가 좋고 지대가 높은 언덕위에 텐트를 치고 싶어했다.
멀리 아래쪽으로 바람을 피해 탠트치기 좋게 생긴곳에 이미 두개의 탠트가 세워져 있었고 나에겐 그곳이  텐트치기에 더 적당해 보였다.
남편은 한마디로 나의 의견을 묵살하고 탠트를 치기 시작했다.

땅위에 풀들이 높게 자라 탠트를 치는것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고 높이가 맞지 않아 텐트를 두어번 옮겨 방향을 바꾸었다.

나는 여전히 저 둔덕아래 위치한 탠트자리가 더 맘에 들었지만 그때쯤에는 텐트를 치는것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피곤해 텐트를 옯기는것이 너무 귀찮아져서 뭐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더이상 텐트를 옮기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나니 깊은 산이라 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했다.

첨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바람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으나 왠걸 그 바람은 밤 11시 이후가 되자 심각한 수준으로 바뀌어 텐트를 무너뜨릴 기세로 불어댔다.

그때까지만 해도 별 걱정이 없던 남편은 자신의 몸으로 바람을 막아 텐트가 넘어지는것을 막겠다며 밤새 잠을 자지 않고 온몸으로 바람을 막는 인간 기둥이 되었다.(?????)

의심쩍은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텐트를 지키는 길인지 재차 물어 봤지만 그 상황에서 사실 우리가 할수 있는건 별로 없으니 하고 싶은데로 두는게 낫다 샆었다.

어쨌뜬 잠을 못자고 그러고 있는 그가 안되고 미안했지만 나는 너무 피곤했다.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옷을 다 입고 도 추웠고 침낭안에서 꼼짝도 하기 싫었다.

자정을 넘긴시각 남편이 나보고도 바람을 막는 것을 도와달라고 해서 좁은 텐트안에서 아주 힘들게 몸을 일으켜 대충 앉아있다가 누웠다 반복하면서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바람을 막는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있나 반신반의 하면서 바람이 탠트 한쪽을 밀때 내몸이 그 텐트가 밀리지 않도록 버티는것은 마치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 를 연상 시켜줬다.

자연과 싸우는 미미한 인간?!

바람의 손길은 말도 안돠게 힘이 쎗고 바람을 저항하려는 내머리와 어깨는 금방 싸늘하고 축축한 느낌으로 변해 마치 내몸이 냉장고안이라도 들어간듯 했다.

목과 어깨는 금벙 쑤셔 왔다.

시간은 정말 느리게 흘러갔고 무심하게도 바람의 속도는 점점 강해져 텐트를 압박하는 소리는 고문처럼 우리를 압박했다.
텐트가 무너지거나 찢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남편은 Suze의 텐트가 무너지면 우리의 텐트가 shelter가 되어야 한다면서 비장한 각오로 그렇게 밤을 샜다.
ㅋㅋㅋㅋㅋㅋ

바람소리가 귀에 윙윙윙윙…매 순간 무섭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남편덕분으로 밤새 텐트는 무너지지 않고 우리를 지켜줬다.

Day 3
12월 25일 월요일 크리스마스날

마침내 새벽이 왔다.
5시를 넘긴 시각에도 밤새 그렇게 몰아치던 바람은 결코 약해 지지 않자 우리는 짐을 싸서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Suze의 텐트와 우리 텐트는 약간 떨어져 있었고 바람소리때문에 서로 대화가 불가능했으며 또한 그 상황에서 우리가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너무 힘들어 그쪽 텐트는 별일 없나 밤새 걱정을 했었다.

마침내 새벽에 밖으로 나가 보니 그 쪽 텐트도 별일 없이 밤을 보낸것 같았다.

밤새 폭풍같은 바람을 잘 이겨냈을 뿐 아니라 침착하고 씩씩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Suze의 텐트는 한쪽이 무너지고 지퍼가 고장이 나서 그다음날 캠핑은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었다고 했다.

만일 집채만한 바람이 텐트를 무너뜨릴 기세로 밤새 불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가 오더라도 하이킹과 켐핑을 계속 했을것이다.
그랬다면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추억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날 우리가 산행을 마치기 직전인 오전 11시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 갔고 그날 내려가서 구한 에어비엔비홈에서 밤새 내리는 세찬 비소리를 들으며 계획을 지키지 못한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하산한것이 잘했다고 느꼈다.

그산에서 불던 바람은..보통 바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바람과 비가 동시에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의 텐트는 견뎌내지 못했을것이 분명했다.

산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대신 좀더 따뜻하고 뽀송뽀송한 실내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도 나쁘지 않았다.

그 전날 밤새 잠을 설친 우리는 그날밤 정말 편안하게 잘 잤다.

Day 4 and 5
12월 26일 화요일 그리고 12월 27일 수요일

화요일은 날씨가 고르지 않은 날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아침에는 잠깐 전기가 나가기도 했다.

그날 하루종일 해가 나는듯 하다가도 비와 우박이 순식간에 내리는 정말 예측하기 힘든 날이었다.

해가 나지 않을땐 기온이 엄청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한겨울을 연상케 하다가 해가 잠깐 나면 기온이 급상승하곤 했다.

화요일 우리는 Tredbo에서 Chairlift 를 타고 올라가 짧은 등산을 하려고 했으나 일기가 고르지 못해 Chairlift는 운행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수요일날 모처럼 날씨가 좋아져서 마침내 화요일에 하려던 짧은 산행을 Chairlift 를 타고 가서 할수있었다.

그곳에서 집까지는 5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라 너무 늦게까지 지체할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할수 있는것을 하고 그곳을 떠난 시각이 2시 반쯤 됐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넉넉하게 도착해 시드니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기로 했었는데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오는길에 맥도날드로 해결했다.

계획과 조금 다른 여행이 되었지만 플라티푸스도 보고 이것 저것 새로운 경험을 할수 있었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