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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덜렁거린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두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 저곳 잘 부딪쳐 팔과 다리에 가벼운 멍을
잘 만들며 살아왔다.
지금까지는 이런 나의 덜렁거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무시할 정도의 작은 멍외에 심각한 일이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일이 생기기전까지는!
지난 금요일에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다.
빨래를 널고 바구니를 세탁실에 갖다놓고 나오다가
세탁실 벽에 왼쪽 얼굴 광대뼈 부분을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조심스레 만져보니 작은 혹이 피부밑으로 느껴진다.
곧 얼굴에 파란 멍이 나타났지만
일 이주 지나면 멀쩡해 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일 이후 5일 정도 지난 수요일 새벽 4시에
곤한 잠에서 급하게 깼다.
늦잠을 잔줄 알고 벌떡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려고 하다가
그만 서랍장 모서리에 지난번에 부딪쳐 멍든 바로 그부분을 더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이제 파란 멍도 많이 좋아지고 있었는데 새로운 빨간 붓기와 새로운 멍이 다시 크게 자리잡았다.
사고는 순식간이고 후회는 길다더니 두번째 부딪히고 나서야 이제 집안에서 다치는 일에 좀 신중할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제 나이탓인지 이렇게 다치는것도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란 느낌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왜 직장에서보다 집에서 더 잘 다치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아마도 집은 더 익숙하고 더 편안해선지 마음을 놓아버리기가 쉬어서 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차분히 하나씩 하는 습관을 들이자.
2.
최근에 비행기포인트 적립을 위해 크레딧 카드를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신청했는데 후속절차가 꽤 귀찮아서 포인트고 뭐고 관두고 싶었는데 참고 꾸역 꾸역 과정을 마쳤다.
그러는데 거의 3주가 걸렸고 카드가 도착하기까지 일주에서 10일을 기다려야 되니 한달정도가 드는 time consuming 과정이었다.
Suze는 그 과정에서 더 쉽게 할수 있었던것을 지적하면서 답답해 했다.
멀리 미국에서 도와줄수 없어서 속이 타는 모양이었다.
작년에 한국에 갔을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한국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니 편의상 호주 국적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닫고 돌아왔다.
그놈의 인증이라는것 때문에 그리고 하루 하루 급변하는 한국사회의 시스템땜에 택시 하나 부르는것도 식당을 예약하는것도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한국이란 새로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아주 느려진 우리와는 달리 우리보다 한국말이 서툴지는 몰라도 젊고 빠리빠리한 Suze는 역시 우리를 앞서서 많은것을 다 처리해 줬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이 난다.
예전에 내가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재직중일때의 영어 교과서의 내용이다.
그때는 내가 젊어서 인지 마음에 와닿지 않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아주 대수롭잖던 내용이었는데 문득 그 내용이 기억이 났다.
나이가 아주 많이든 할머니가 넋두리 비슷하게, 세상이 왜이리 빨리 돌아가며 왜 이렇게 사람들이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면서 한탄 비슷하게 내뱉던 내용이었다.
technology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요즘처럼 매일 매일 바뀌지 않던 그때도 노인이 되면 자신이 변한것을 인지 하지 못하고 세상이 더 빨라지고 세상이 변했다고 느꼈다면….지금같은 시대는 오죽할까?
호주노인들은 아직도 수퍼마켓에서 cashier가 계산을 해주는곳을 선호하고 은행도 인터넷뱅킹 보다는 얼굴을 마주보며 처리해 주는것을 좋아하고 고지서 같은것도 현금으로 내는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런 윗세대 보다는 낫다고 자부하지만 역시 젊은 세대에게는 technology를 모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세대가 맞다.
모르는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느린건 느리다고 인정하는것이 어떤땐 어렵고 또한 쓸데 없는 피해망상적인 감정을 동반한다.
이런 태도가 한국에서 말하는 꼰대의 태도가 아닐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