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얼굴에 두번이나 멍을 만들고 나서 심각하게 나의 서두름 내지 덜렁거림에 대해 고찰을 한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오랫동안 고착된 버릇이나 생활습관을 고치기엔 얼마나 허무하고 역부족인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새벽에 잠이 깨서 암막커튼을 친 깜깜한 실내에서 우왕좌왕 방향감각을 잃고 시계를 찾다가 서랍장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힌 이후로 일단 잠을 깨면 불을 켜고 조심 조심 시계를 확인하게되었다.
그리고 좁은 세탁실로 급히 들어가다가 얼굴을 부닻힌 이후로 세탁실에 들어갈땐 내 머리속에 작은 경고등이 켜지며 나도 모르게 조심하자..라고 되뇐다.
결국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게 되었지만 내가 근본적으로 나의 사고와 행동을 고치지 않는한 앞으로 새로운 케이스의 사건 사고가 계속 생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나의 우려대로 새로운 사건이 일어났다.
토요일 오전 일을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서두르며(!!!) 점심을 준비하다가 거의 막바지에 아보카도의 커다랗고 단단하고 게다가 동그랗고 미끄럽기까지한 씨를 칼을 이용해서 빼내려다가 그만 손이 미끄러져 그 단단한 씨앗을 겨낭한 칼이 나의 왼쪽 새끼 손가락을 무참하게 공격하고 말았다.
지금까지 숱하게 손가락이 베인적이 있었지만 가장 역대급으로 다쳤다는 느낌이 왔다.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피가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피를 흘리고 어지럽다고 느낀건 처음이었다.
남편이 설겆이를 하면서 꼭 누르고 있으라고 강경하게 말을 한 덕분에 겨우 지혈을 시킬수 있었다.
나는 알았다.
어질어진 식탁이나 그릇등을 그저 가볍게 옮기거나 치우는걸 도와줄수도 없는 상황이 얼마나 답답하고 무기력한지!
작은 새끼 손가락 하나가 수행하던 일들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결국 암것도 할수 없는 나는 소파에 앉아 진심으로 지혈에 온 신경을 쏟아붙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마치 어려운 명상을 시작하는 심정이었고 일분 이분 시간이 가서 십분 이십분 이 되자 조금씩 마음이 안정되어 마치 명상에 나를 맡기듯 포기하고(???) 결국 나는 몸도 마음도 이완을 할수가 있었다.
지혈이 된 다음 상처를 확인해 보니 다행히 상처가 크고 깊은것은 맞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것 같은 느낌이 와서 사실 크게 안도했다.
어찌보면 손가락 하나 베인것에 불과한데 나의 인생이 송두리채 되돌아봐지는 그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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