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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di Beach

by Mt Solitary 2024. 9. 4.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본다이 비치에 있는 에어비엔비를 2박 3일 예약했다.

staycation의 매력에 빠져 시티에 또 갈까 하던차 남편이 본다이비치에 가고 싶어해서 그러자고 했다.

처음 우리가 본다이 비치에 간건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투어를 와서 단체로 비치 한번 쏙 둘러보고 다 봤다하고 간거라 제대로 본건 아니었다.

두번째 방문은 남편이 아직도 한국에서 직장을 고수하며 우리를 부양하고 나와 딸만 먼저 호주에 왔을때였다.
남편이 휴가를 내서 호주에 왔을때 본다이비치에서 쿠지비치 까지 이어져 있는 iconic한 산책로를 감탄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그날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과 애틋하게 그길을 걸었던 기억이 너무 강력해선지 본다이 하면 그때의 기억이 젤 먼저 난다.

오랫만에 찾은 본다이 비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차가워 지기 시작했는데도 낮동안 갑자기 기온이 치솟아 한여름 기온같아서 였는지 수많은 젊은이 들이 거의 벗은 차림이나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고 있었고 확실히 그곳은 우리가 사는 곳과는 딴세상이었다.

우리가 예약한 에어비엔비 홈은 비치뷰가 단연 돋보이는 본다이비치의 최고 중심에 위치해 있었다.

상가위에 위치한 오래된 아파트인데 실내는 레노베이션을해서 아주 멋진데 건물 엘리베이터는 열쇠를 꼽아서 돌려야 했고 두계층을 올라가는데 한참걸리는 지금까지 본적도 없는 이상하고 낡은 시스템이었다.

짐을 푼다음 저녁거리를 사러갔다가 즉흥적으로 스시가게에서 저녁으로 먹을것을 이것저것 사고 와인 한병과 군것질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오랫만에 요리도 안하고 여행객같이 편하게 푹퍼지는것도 좋았다.

우리가 사는곳과 다른vibe 가 있는 곳에서 슬리퍼를 신고 동네 마실 가듯 나가서 본다이에서 잠시 살고 있는 사람같은 느긋함 혹은 풀어진 느낌으로 걸어다니는것이 좋았다.

낮의 열기가 뚝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스산했지만 사람들의 열기는 식지않았다.
식당이나 펍에서 여유있게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걸어다니는것도 좋았다.

돌아와 저녁으로 스시를 먹고 와인 한잔 하면서 우리는 소박하게 나마 우리의 결혼기념일을 축하했다.

그러는 사이에 해는 완전히 지고 고즈녁한 어둠이 내렸다.

평소에 말이 별로 없던 남편이 뜬금없이 결혼기념일을 맞아 자신의 심정을 밝혀서 좀 놀랐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날수는 없었을것이라고 했다.
나와 같이해온 세월만큼 전우애같은 본드를 느낀다고도 했다.

그냥 매해 맞이하는 결혼기념일 처럼 단순히 축하하는 마음으로 맞이한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한국 사람 그것도 경상도 사람 답게 말로 표현하는것 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고 나도 그것이 크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나는 조그만 일에도 후회를 잘하고 완벽주의자 처럼 모든것을 마음속으로 훑고 사는 사람이지만 내 평생 후회안하고 가장 잘한것이 있다면 그랑 결혼한것이라고 말할수 있고, 단연코 그는 괜찮은 남편이었고 좋은 아빠였으며 좋은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때 부터 같이 등산하고 같이 운동하는것이 너무 좋았고 그랑 같이 신혼여행지에서 새벽에 조깅하고 한라산 등반을 하는것이 너무 좋았었다.

결혼생활내내 항상 같이 운동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삶에 대한 가치관이 꽤 비슷해서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낄수 있는 사이가 꽤 좋은 우리였다.

하지만 살아온 오랜 세월만큼 그리고 호주로의 이민을 거치면서 우리도 up and down을 골고루 경혐하면서 살아왔고 서로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결코 작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어려움과 행복한 시간들을 함께 같이 겪어내면서 요즘에는 마침내 우리가 감내해 온 세월의 끝에 이제는 깊고 평화로운 관계에 돌입했다고 느끼고 있다.

거기에 다가 남편이 나를 인정하는, 그로선 커다란 한발자욱을 뗀 그런 표현을 든고 보니 나의 인생의 커다란 의미가 완성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이심 전심이니 행동으로 보여주니 해도 역시 맘속에 있는 말들은 표현해야 할때는 표현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다이 비치에 있는 이틀동안 해돋이를 보면서 본다이비치에서 브론테 비치사이를 달렸다.
달리는 도중 잠시 멈춰서 해가 바다위로 떠오르는모습을 숨죽이며 감상하기도 했다.

역시 할수만 있다면 달리기는 걷기보다 더 매력적이고 더 많은 장점을 갖고있다!

내가 아직도 달릴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 새롭게 런너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이번 결혼 기념일 축하 여행은 완벽했고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