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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 수다

by Mt Solitary 2024. 9. 8.



지난 주말에 미용실에 갔을때의 일이다.

미용실은 미용사와 손님간의 이런 저런 얘기 소리와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소리등으로 분주하고 소란한공간이다.

남편은 현명하게도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동안 눈을 감고 있으니 미용사는 알아서 필요한 질문 외에는 안하게 되는 경우인데 나는 너무 말을 안하면 무례할까봐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싶지만 항상 그렇듯이 나의 의도보다 더 많이 수다를 떨게 된다.

첫번째 단계의 처치가 끝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의 미용사는 그동안 세명의 고객과 하나 하나 정성껏 응대하고 그 세명의 고객들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미용사와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손님중 두명은 남자였음을 밝힌다.

그 전날 잠을 잘 못자 눈을 감고 꾸벅 꾸벅 졸면서도 바로 옆자리에서 들리는 그들의 small talk는 내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러자 좀전에 내가 미용사와 얘기했을때 나의 커다란 목소리도 주변 사람들에게 다 들렸을것을 생각하니 좀 머쓱해 졌다.

나의 미용사는 사람들에게 말을 끌어내는 재주가 많은것 같았다.

사람들은 술술 자신의 개인 생활이야기를 쉽게도 풀어내고 미용사는 성심껏 맞장꾸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관찰해 보니 남의 시덥잖은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하는 미용사의 입장이 조금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듣는것 같아도 그녀는 말을 끌어내는 재주만큼 건성으로 들어도 열심히 듣는것 같은 인상을 주는 재주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친구도 아니고 지인도 아니면서 주기적으로 계속만나야 하는 이런 관계에서 너무 어색하지 않게 그러나 너무 지나치지 않게 관계를 가져가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해 왔는데 이번에 다시금 깨닫기를….너무 말을 많이 안해도 예의에 어긋나지는 않고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들은 자기 얘기를 하는것을 좋아하는 존재이니까 자기말을 안하는건 사실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해줄수도 있겠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갈등 등으로 고통받는 우리의 사회생활을 생각하면 사실 어쩌면 이곳에서 만큼은 짧은 시간이나마 웃으면서 사심없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문을 나서면 금방 잊을수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