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새벽 3시에 잠이 깬다.
이유가 무엇인지 살짝 궁금해진다.
아마도 육체는 적당히 피로해야 잘 자는데 무언가 균형이 깨어진 것이 틀림없다.
오늘도 새벽 3시경에 잠이 깨서 다시 잠이 들려고 노력하다 눈을 뜨니 6시가 넘었다.
급히 준비를 해서 6시 40분경 집을 나섰고 늘 뛰는 국립공원 코스에서 남편과 5킬로를 느린 속도로 뛰고 왔다.
주차하면서 보니 차가 거의 없어서 오늘은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꽤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하고 사이클링을 한다.
처음 1킬로 지점을 지났을 때인가 앞쪽에 작은 아기 왈라비가 길 한편에 엉거주춤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왈라비 쪽으로 가까이 가는 도중 갑자기 양 날개가 펼치기 전에도 벌써 심상치 않게 보이는 새가(독수리였다) 왈라비 쪽으로 가볍게 날아오더니 아주 가까운 낮은 가지에 내려앉았다.
그런데 우리가 타박타박 달려가니 그 독수리는 할 수 없이 아침먹잇감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떠나가는 것이었다.
남편이 말하길 우리 덕분에 왈라비는 목숨을 구했네 그런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했다.
동네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에 그것도 우리 코앞에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것도 surreal 하고 그것도 왈라비를 사냥하려고 했다는 것이 너무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바로 눈앞에서 목격해 놓고도…
예전에 퀸즐랜드에 갔을 때도 우리가 머무는 숙소 근처의 이름 모를 산에 갔을 때가 기억난다.
갑자기 독수리가 나타났고 온산이 고요해지는 것을 봤다.
온산에 있던 새들이 숨죽여서 독수리로부터 존재를 감추려고 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 이름 모를 새가(나중에 독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날개를 펼치자 그 날개의 위용이 얼마나 장관이던지….
집으로 돌아와 찾아보니 과연 내가 달리는 국립공원에는 독수리가 두 종류 살고 있고 왈라비를 잡아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호기심에 독수리가 사람을 무서워하는지라고 type 하자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짜 그 왈라비는 우리 덕분에 살아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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