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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의 시작

by Mt Solitary 2025. 1. 1.






Day 1 토요일

오래 계획된 여행을 떠나야 하는 아침!
전날 오후부터 몸살기가 슬그머니 찾아와
무거운 몸과 맘으로 집을 떠나야 했다.

총 6박 7일 일정이고 그중에 2박 3일은 캠핑인데
해낼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피곤함과 함께한 듯 한 삶에서
진짜 아프다고 느낀 날이었다.

피곤함은 그래도 여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아픈 건 아무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온몸이 아프고 피곤해 운전대를 잡은 남편에겐 미안했지만
의자를 완전히 뉘어 눈을 감고 쉬면서 갈 수밖엔 없었다.

시드니를 벗어나 두 시간쯤 지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때 확연히 낮아진 바깥 기온에 놀랐다.

오후 한 시를 넘긴 시간 캔버라의 한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정말 맛이 없는 음식에 기분이 더 울적해졌고
배는 턱없이 부르기만 했다.
호주에선 한번씩 식당의 음식 수준이 정말 예상치 못할 정도로 형편없을때가 너무 많다.

오후 5시 못 미쳐 드디어 우리의 첫 숙소에 도착했다.
(거의 500 킬로미터의 거리를 5시간여에 걸려 도착했다.)

Lake Jyndabine의 동쪽 즉 캔버라에서 가다 보면 본 타운보다 먼저 나타나는 새로 생긴 집들 사이에 있는 스튜디오타입의 숙소였다.

집주인이 문을 열어놓고 키도 안에 넣어두고 메시지만 보내서 편히 체크인할 수 있었다.
나는 집주인과 얼굴 안 보고 메시지로만 대화하는 것이 좋다.

나는 여전히 몸이 안 좋아 샤워만 얼른하고 침대에 드러눕고 그 사이에 남편은 타운에 가서 장을 봐왔다.

해가 쨍쨍한 오후에 컨테이너박스 같은 재질의 건물에 누워있으니 샤워 후엔 괜찮았는데 점점 찌는듯한 열기에 더워서 땀이 삐질삐질 났다.

몸은 여전히 아프고 혼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남편에겐 미안했지만 햇살가득한 오후에 멀리 떠나와 꽤 편안한침대에 누워있는 기분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바람을 실내에 오게 한 다음 다시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쉬다가 남편이 끓인 미역국을 햇반과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그리고 오이는 쌈장에 찍어 먹었는데 점심에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100 배는 맛이 있었다.

바깥은 기온이 뚝 떨어져 마치 시드니의 겨울철 기온처럼 되었는데 안은 여전히 더웠다.

그럭저럭 하루일정이 남편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는 안도감이 컸다.

담날 우린 예정대로 라면 캠핑을 떠나야 했다.
여전히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갈 자신이 없었지만 우리는 그날 하루 자고 결정하기로 했다.

Day 2 일요일

잠을 잘 자고 일어나 우린 다음 일정을 의논했다.

역시 하루 더 쉬어야 한다에 의견을 모아 급히 하루 더 묵을 숙소를 예약했다.

남편은 내가 원한다면 이틀 예약을 해 캠핑자체를 취소하자고 했으나 나는 정말 그러긴 싫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남편이 얼마나 산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고 나 역시 소중한 산에서의  시간을 포기하긴 싫었다.

숙소는 예약했지만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일찍 체크인할 수 있는지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첫날 잤던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거기서 그리 멀진 않은 호수가로 차를 몰았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청명했다.

하지만 밖에 나가니 사람을 무는 파리떼가 극성이고 기온이 꽤 낮아 주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용기를 내 밖으로 나가 파리떼와 싸우며 내가 싸간 치즈 햄 샌드위치를 따뜻한 차와 함께 먹은 후 잠시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 주변엔 멀리 두 마리의 검은 소가 머물고 있었는데 걸으며 보니 큼지막한 소똥들이 사방에 퍼져 있었고 호수가는 모래가 아닌 질퍽하고 걷기 힘든 정체불명의 흙이라서 그리 오래 걷진 않았다.

호숫가에 보트를 타고 나간 차들이 몇 대 정박되어 있었고 몇몇 개와 함께 걷는 사람 외엔 꽤 한가한 곳이었다.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않는 곳이었다.



다시 타운 쪽 호수가로 차를 옮겨 시간을 보내다 2시가 다 되서야 호텔에 체크인을 할수 있었다.

늦은 오후에 담날 캠핑 할때 먹을 점심거리를 사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