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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26일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신
시어머님은
세상을 버린다는 표현을
쓰곤 했는데
왠지 이 말이 생각이 났다
2018년 10월
5년만에 한국을 갔을때
chemo 를 받던
언니를 병원에서 본게
마지막이 되어 버렸다
금방 훌훌 털고 일어설거라는
생각이었던것 같다
무심히...
그날....월요일
지루하고 힘겹게
일상이라는 수레바퀴속에서
허덕이고 있을때
언니는
하루 종일 생명의 약한 끈과
사투를 벌이다 끝내
그날 밤을 못채우고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나는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못됐다고. 또 다른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막연히 알면서도
단 한번의 방문
그리고
몇개월 후의 또 한번의
통화
그것이 내가 기울인
노력의 전부 였다
그날 밤...
언니의 이 세상 떠난 소식에
그냥 먹먹했다
어떤 생각을 해야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순간적으로 정지버튼이 눌려 진것 같았다
불이 꺼진 아래층으로 내려와
꺼이 꺼이 울었다
우는건...항상 비겁하게도 쉬웠는데
이번엔 그 쉬움에도 쉽게 업어가기가
너무 버거웠다
겨우잠든 것 같은데 어느새
새벽이 왔다
다른 동생들 둘이 공항에서 전화를 해왔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냥 눈물이 났다
그 아이들도 한동안 삶에 치여서 잘 만나지도 않았는데
...
조심해서 와
무심히 그애가 던진말에
왜 그렇게 가슴이 미어지던지...
남은자들의 동지 의식 같은
화요일 밤
막내 동생과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가게됐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딸도 함께.
늦은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우리는 간간히 어디론가 여행가는 사람들처럼
사소한 일로 웃다가
멈칫 하곤 했다
우린 왜 비행기를 타게 됐는가를
망각하면 안됐었다
고단한 밤 비행기는 다음날 수요일 새벽 타이뻬이에 우리를
내려놨다
오전 11시경에 우리는 벌써 부산에 도착할수 있었다
공항건물을 벗어나자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가족들이 모여있는 funeral home까지
가는 내내 가슴이 콩딱 거렸다
우리는 여행용 수트케이스를 밀며 어색하게 그리고
몹시 두려워하며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언니의 이름과 얼굴이 안내판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머리로 벌써 알게된 fact 와
내 눈앞에서 나타난 사실이
괴리감처럼 혼란 스럽고
믿을수 없는 사실에 다시 괴로웠다
벌써 그곳에서 하루낮과 하루밤을 보낸 사람들은
지쳐 보였다
언니는 사진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니의 천진 난만하고 밝은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그곳을 향하면서
통제할수 없는 슬픔과 절망이 우릴 어찌할수 없게
만들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삶과 죽음은 일상속에서
흘러간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꼈다
언니는 떠났는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다시는 얘기할수 없는데...
먹고 떠들고
쓸데없는 일로 논쟁하고
남은 사람들은
항상 숙연하고 진지하고 성숙할수 없이
그냥 그대로인 사실이
너무 쓸쓸하고 미안했다
언니와의 마지막 인사는
참담하게도 무섭고
절망적이었다
간다는 인사도 나누지 못한
그녀의 육체는 그녀가 고스란히
겪었을 고통과 슬픔을
그대로 새겨놓은채
무심히 잔인하게 그냥
그렇게 우리에게 어떤 메세지를
할당 받을건진 각자의 몫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퀴즈라도
내듯이 그냥 그렇게 거기 있었다
어딘가로 떠났을까
육체는 그렇게 남겨놓은채?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을까?
울고 웃고 화내고 공감하던
한 인간의 마지막은 너무나도
시시했다
화가날정도로.
그 사실이 너무나 절망적이고 슬퍼서
울었다
큰소리로...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연되고
시간이 연장되고
눈물은 마르고 우리의 육체는
또한 지치고 힘들어 했다
목요일
모든 절차가 끝날때 까지
언니의 먼 여행을 슬퍼하기라도 하듯 비가
내내 우리랑 계속 했다
언니를 보내는 날
늦여름 푸르고 푸른 풀들이
무성할대로 무성해서
비를 머금고
있던 한국의 산 풍경이
내 기억속에 깊게 남았다
언니와 같은 대학을 다녔던 나의 친구 가
언니의 마지막 가는길을 보기 위해
그날 아침에 왔었다
참...그때로 부터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우리가 꿈을 꾸던 시절로 부터...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2.
한국에서 돌아오고
어느새 시간은 흘러
10월 13일은 언니가 간지 49일 된 날이었다
그날 남편이랑 딸과
멀리 울릉공에 있는 남천사로 가서
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다
법당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언니를 좋은 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 기도가 과연 그녀를 위한건지
나를 위한건지
잠시 혼란스럽고 예의 그 익숙한 죄책감이
머리를 들었다
막내 동생 외엔 아무도
시간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또다시 지루한 삶의 수레바퀴속에
우리는 우리를 가두고
핑게를 대면서
대놓고 이기적이 되어가는 중....
그날 햇살이 참 따사로왔다
우리는 집으로 오기 전에
차한잔 한다음
별 말 없이 연못가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