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kakaocdn.net/dn/nCuCe/btqA2OZtgGs/28GMm1a0jI0QsZcv81DtQK/img.png)
언니의 병상 일기를 아버지가 책으로 폈다
책 제목은 "산은 늘 그곳에 있다 "
그것은
언니의 카톡 타이틀 이었다
남들이 수시로 새로운 사진으로
바꾸고 수많은 사진들이 쌓여서
아름다운 인생을 사는것을 과시할때
딱 사진 한개로
산은 늘 그곳에 있다
라는 같은 메세지로
언니는
산행으로 가꾼 슬림한 몸매와
그렇게 환할수 없는 행복한 미소로
산 정상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세월동안...
언니는 2011년에 작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미친듯이 산행에 몰두 했었다
사람은 어떤때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살아낼수 없는 시기가 있다
근데...산에 미치는건 좋은일 아닌가?
하지만 사람들은 걱정했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다했다
?????
막상 언니가 가고 났을때
산에 몰두한
시간이 그녀에게 허락되었던것이
위안처럼 나는 생각이 되었었다
첫장을 펼쳤다
아버지의 서문이 나의 가슴을 쿵 내려앉게 했다
오십대의 딸을 먼저 보낸 팔십대 아버지의
감성이 절절이 묻어있었다
이런식으로 아버지는 언니와의 이별을
이겨내고 싶어하고 애도 하고 싶어하는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 편집을 본인의 호 불호로
결정한것은 전형적인 아버지의 방식이었다
짧막한 메모 같은 글들이
펼쳐졌다
책을 읽고 옮겨놓은 글들도 많았다
병원과 기차에서 보낸 수많은 혼자만의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했을 언니를
떠올렸다
병원이 멀리있는탓에
병원에 가고 오는길이 때로는
언니의 힘을 빼고 힘들게 했을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치료가 너무 힘겨울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너무 늦은 생각인줄 알면서도....
날짜도 없고
구체적인 설명이 거의 생략된
언니의 문체 때문에
혹은 막무가내식 편집때문인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려는지
무슨 생각이었던지
짐작하려고 좀 애를 썼다
이미 닫힌 상호소통의 문일줄
알면서도
그러기에 더더욱
절실히
언니의 감성과 느낌
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었다
.....
그래서
오늘 하루
작고 얇디 얇은 이 책 한권이 주는
위안에 나는 놀랐다
그 글속에 빠져있을땐
놀랍게도 언니가
예전처럼
함께 한 느낌이 들었다
죽음은 무로 돌아가는것이면서도
동시에
삶과 함께 하는것인지도 모른다는
작은 위안아닌 위안이
가슴속에서
아주 작은 생명의 씨앗처럼
싹을 텄다
예전에 언니의 글을 읽으면서
그 표현력과 깊은 사고에 놀라곤 했었다
그리고 왜 계속 글을 안쓰는지...궁금했었다
아마...삶에 치여서 그랬나 보다 짐작만 했다
언니의 글을 읽으면서
요즘 내가 글을 쓸때 느낀것 처럼
우리의 감성에 적어도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우린
속으로 사무친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강하게 밷아내는
법을 배우지 못했는지도
모른다고...
절제된 감정표현
정제된 문체
속에
곪아터진 상처와 슬픔 그리고
절망은 안으로 안으로 침잠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슬프게도!
언니야..
오늘
너를 느낄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