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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떠난지 겨우 3주 남짓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힘든 시간들이 많아선지…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나를 압도했다. 수요일 밤 10시에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목요일 오전 10시가 채 못된 시간에 여행 3주만에 녹초가 된 우리를 시드니에 내려놨다. 공항에서 우버를 타고 집으로 오는길에 바깥을 내다 봤다. 사람들에 치이고 툭하면 빵빵거리는 차들에 놀라던 뉴욕에 갔다와선지 뉴욕만큼 복잡하면서 정신 없는 서울에 갔다와선지…시드니는 참으로 사람사는 곳 처럼 느껴진다. 이곳이 이제는 나의 집이라는 실감이 새삼스러웠다. 시드니에서 뉴욕으로 21시간 비행 뉴욕에서 서울 15시간 그리고 서울에서 다시 시드니로 10시간 비행을 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빙빙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뉴욕에서의 시.. 2024. 10. 26.
서울 아침에 눈을 뜨면 두번 생각할것도 없이 산책을 가기위해 옷을 주섬주섬입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선다. 기와지붕에 작은 중정을 디귿자로 에워싼 작고 모던한 한옥집 에어비엔비 집의 대문에는 낯설고 현대적인 잠금장치가 드르르륵 경쾌한 금속음을 내면서 열리고 닫힏다. 호주에서 처럼 열쇠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Lock out 되는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일이 편하고 신기하다. 대문을 나서면 예전에 어릴때 살던 골목길을 연상시키는 구불구불 휘고 가파른 좁은길을 내려가서 만국기를 폼나게 걸어놓은 계동 거리가 나온다. 낮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빛나던 거리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회색하늘아래 불이 꺼진 가게들과 그안의 모든 예쁜 물건들은 빛을 잃고 그저 소박한 거리가 된다. 서울의 아침은 시드니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된다.. 2024. 10. 25.
비내리는 서울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오전에 우산을 받고 남편과 에어비엔비 근처 창덕궁과 창경궁을 걸어 다녔다. 샤워하고 작은 툇마루에 앉아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며 커피를 마신다. 샤워하면서 커피를 마실까 생각했는데 남편도 같은 생각인지 내가 샤워하는 동안 물을 끓여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부쩍 느끼는데 이심전심일 때가 많다. 남편이 툇마루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샤워한 담이라 뜨근 뜨근한 온돌방이 좋아 밖에 나가기가 어설프고 귀찮않는데 막상 나가니 시원한 공기가 좋아 이젠 들어오기가 싫다. 시원한 바람속에 앉아 있으니 잠시 나마 시름이 가시는 느낌이다. 단순하고 작은 중정의 풀과 내리는 비를 보고 있자니 생각이 나도 모르게 아버지께로 향한다. 언니의 죽음이후 나의 가장 가까운 혈육인 아버지가 돌아가신것이.. 2024. 10. 18.
일요일 밤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며 무심히 떠드는 소리 아파트 앞 거리에서 들려오는 한껏 톤이 올라간 목소리와 커다란 웃음소리 아이들이 근처 공원에서 노는 소리 마치 시골동네처럼 사람사는 곳(?)같은 곳에 나는 살고 있다. 한국처럼 하나의 거대한 아파트촌은 아니지만 각자 다른 아파트들이 모여 군락을 이룬다. 한국같이 다닥 다닥 아파트가 모여있는 이곳이 나는 처음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생활 소음이 정말 싫을때도 많았다. 최근에는 아파트에 사는 애완용 개의 숫자가 늘어선지 한번씩 개가 짖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싫은것들에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한주를 맞이해야할 월요일을 앞둔 지금 같은 너무 늦지도 일찍도 아닌 일요일 밤시간에 모든 소음이 멈추고.. 2024.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