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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사람들이 복도를 지나며 무심히 떠드는 소리 아파트 앞 거리에서 들려오는 한껏 톤이 올라간 목소리와 커다란 웃음소리 아이들이 근처 공원에서 노는 소리 마치 시골동네처럼 사람사는 곳(?)같은 곳에 나는 살고 있다. 한국처럼 하나의 거대한 아파트촌은 아니지만 각자 다른 아파트들이 모여 군락을 이룬다. 한국같이 다닥 다닥 아파트가 모여있는 이곳이 나는 처음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생활 소음이 정말 싫을때도 많았다. 최근에는 아파트에 사는 애완용 개의 숫자가 늘어선지 한번씩 개가 짖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싫은것들에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생겼다. 새로운 한주를 맞이해야할 월요일을 앞둔 지금 같은 너무 늦지도 일찍도 아닌 일요일 밤시간에 모든 소음이 멈추고.. 2024. 9. 22.
Sydney Marathon 2024 작년에 시드니 마라톤 10k를 달렸다. 그것이 20년동안 묻어 두었던 달리기의 기억을 새로 꺼낸 계기가 되었다. 어느새 일년이 지나고 다시 그날이 왔다. 작년에는 기온이 33도를 웃도는 아주 덥고 습도가 높은 날이였는데 올해는 너무 대조적이다. 매서운 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 날씨였다. 작년에는 반바지와 반팔을 입었지만 올해는 긴레깅스와 점퍼까지 걸치고도 차가운 바람속에서 덜덜 떨었다. 남편의 풀코스 마라톤은 6시경이고 나는 7시 30분경으로 출발시간이 다르고 기온이 너무 낮아 각자 행동하기로 했다. 남편은 새벽4시에 집을 나섰고 나는 5시 50분 기차를 탔다. 이른 새벽 집근처 기차역에서도 드문 드문 보이던 runner 들이 챗스우드에 기차가 도착할 무렵엔 기차칸이 runner들로 가득찼다. 마치 큰 축.. 2024. 9. 15.
수다 지난 주말에 미용실에 갔을때의 일이다. 미용실은 미용사와 손님간의 이런 저런 얘기 소리와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소리등으로 분주하고 소란한공간이다. 남편은 현명하게도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동안 눈을 감고 있으니 미용사는 알아서 필요한 질문 외에는 안하게 되는 경우인데 나는 너무 말을 안하면 무례할까봐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싶지만 항상 그렇듯이 나의 의도보다 더 많이 수다를 떨게 된다. 첫번째 단계의 처치가 끝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의 미용사는 그동안 세명의 고객과 하나 하나 정성껏 응대하고 그 세명의 고객들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미용사와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손님중 두명은 남자였음을 밝힌다. 그 전날 잠을 잘 못자 눈을 감고 꾸벅 꾸벅 졸면서도 바로 옆자리에서 들리는 그.. 2024. 9. 8.
Bondi Beach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본다이 비치에 있는 에어비엔비를 2박 3일 예약했다. staycation의 매력에 빠져 시티에 또 갈까 하던차 남편이 본다이비치에 가고 싶어해서 그러자고 했다. 처음 우리가 본다이 비치에 간건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투어를 와서 단체로 비치 한번 쏙 둘러보고 다 봤다하고 간거라 제대로 본건 아니었다. 두번째 방문은 남편이 아직도 한국에서 직장을 고수하며 우리를 부양하고 나와 딸만 먼저 호주에 왔을때였다. 남편이 휴가를 내서 호주에 왔을때 본다이비치에서 쿠지비치 까지 이어져 있는 iconic한 산책로를 감탄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그날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과 애틋하게 그길을 걸었던 기억이 너무 강력해선지 본다이 하면 그때의 기억이 젤 먼저 난다. 오랫만에 찾은 본.. 2024.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