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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지난 주말에 미용실에 갔을때의 일이다. 미용실은 미용사와 손님간의 이런 저런 얘기 소리와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들소리등으로 분주하고 소란한공간이다. 남편은 현명하게도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는 동안 눈을 감고 있으니 미용사는 알아서 필요한 질문 외에는 안하게 되는 경우인데 나는 너무 말을 안하면 무례할까봐 최소한의 대화만 하고 싶지만 항상 그렇듯이 나의 의도보다 더 많이 수다를 떨게 된다. 첫번째 단계의 처치가 끝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나의 미용사는 그동안 세명의 고객과 하나 하나 정성껏 응대하고 그 세명의 고객들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미용사와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손님중 두명은 남자였음을 밝힌다. 그 전날 잠을 잘 못자 눈을 감고 꾸벅 꾸벅 졸면서도 바로 옆자리에서 들리는 그.. 2024. 9. 8.
Bondi Beach 결혼 기념일을 맞이해 본다이 비치에 있는 에어비엔비를 2박 3일 예약했다. staycation의 매력에 빠져 시티에 또 갈까 하던차 남편이 본다이비치에 가고 싶어해서 그러자고 했다. 처음 우리가 본다이 비치에 간건 아주 오래전 한국에서 투어를 와서 단체로 비치 한번 쏙 둘러보고 다 봤다하고 간거라 제대로 본건 아니었다. 두번째 방문은 남편이 아직도 한국에서 직장을 고수하며 우리를 부양하고 나와 딸만 먼저 호주에 왔을때였다. 남편이 휴가를 내서 호주에 왔을때 본다이비치에서 쿠지비치 까지 이어져 있는 iconic한 산책로를 감탄하면서 걸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그날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남편과 애틋하게 그길을 걸었던 기억이 너무 강력해선지 본다이 하면 그때의 기억이 젤 먼저 난다. 오랫만에 찾은 본.. 2024. 9. 4.
언니 어제 저녁 샤워를 하려고 욕실을 들어가다말고 (왜 하필 그때 그 생각이 난건지 모르겠다.) 갑자기 언니생각이 났다. 마치 언니가 어딘가에 아직도 살아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삶과 죽음이란것이 연결되어있다는것이 이런것일까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큰길로 진입하기위해 차를 멈추고 기다리고 있는데 길 건너편 에 키가 자그마하고 날씬한 체격의 머리가 하얗게 센 한 남자가 우리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는 백인인데 누군가와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언니와 한참전에 이혼한 형부의 이미지 였다. 나는 그 남자를 지나쳐 차를 몰고가면서 나도 모르게… 만약에 언니가 형부랑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이 세상에 있을텐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차라리 둘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그.. 2024. 8. 7.
봄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바쁘게 지나갔다. 아침 나절 바쁜 와중에도 시선을 돌리면 투명한 블라인드 밖 하늘이 참 맑아 보였다. 오후가 되자 듬성 듬성 커다란 뭉게 구름이 하늘 이곳 저곳에 나타났다. 어제 답답했던 마음이 그녀의 사과로 조금 누그러졌지만 마음은 씁쓸했다. 나이가 든다는것과 성숙해지고 현명해 지는건 결코 일치하지 않는것 같다. 자기만의 숙고나 고민 혹은 배려 같은 단어를 평생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그녀의 좌충우돌 행태에 마음이 복잡해 온다. 진심인지 알수는 없지만 생존본능같은것으로 지나치게 저자세로 사과하는 그녀의 미성숙이 마음에 밣힌다. 하지만 어쩌랴…. 또 그렇게 살아가야지. 아직은 떠안고 가야지. 해가 조금 길어진 퇴근 무렵 아직도 하늘은 밝은 와중에 하늘 한쪽이 서서히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니.. 2024. 8. 6.